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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배우기

감각적인 캘리그라피

by 먹튀캘리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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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단순히 글씨만 잘 써서는 안됩니다. 어디선가 폰트와 가장 닮은 글씨를 쓰는 손글씨가 있다던데 사실 조금 아이러니 했습니다. 그냥 폰트 쓰면 되지 않나? 물론 노력과 스킬에 박수를 보냅니다.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만, 수행의 목적으로 쓰는 글씨가 아니라면, 캘리그라피는 상업글씨라서 팔려야 됩니다. 예전에 영문캘리그라피 외주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제 분야가 아니라서 영문캘리그라피에서 이름있으신 지인께 부탁드려 시안을 제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너무 좋아할줄 알았습니다. 제가 봐도 정말 사람이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영문캘리그라피였으니까요. 그런데....결과는 어땠을까요? 피드백이 왔는데 다시 써달라고 하더군요. 그분께는 죄송스러워서 그냥 제가 다시 써서 어쩔수 없이 욕먹을 각오하고 시안을 보냈습니다. 하! 이게 어떻게 된일일까요? 제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고, 제가 쓴 글씨는 누가봐도 사람이 쓴 글씨였습니다. 정말 잘 쓴 글씨 말고, 그런데 그런 글씨들이 먹히더군요. 

한 번이 아닙니다. 그 후에도 또 영문 캘리를 써 달라고해서 이번에는 다른 작가분께 부탁해서 보내드렸는데, 앞서와 똑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전혀 다른데도 말입니다. 제가 잘 써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컴퓨터 처럼 쓰고, 폰트처럼 쓰면, 소용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폰트 쓰면 되니까요. 그런 폰트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폰트처럼 보이면 그렇게 됩니다. 

앞서와 같은 일이 또 생길것 같아서 얼마전 부터는 영문캘리를 직접 배웠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또 많은 시일이 필요한 분야라 느꼈습니다. 


 

아무튼 예전에 은사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속된말로 작품은 무조건 

있어보여야 한다.

똑 같이 써도 있어 보여야 한다.

뭐가 달라도 하나는 달라야 된다.

 

 

 

같은 글씨라도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에 따라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올리때는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전시를 할때도 어떤 액자(민감한 부분)

얼만큼의 틀폭, 두께, 색상 

그런것 하나도 다 예민한 부분입니다.


자주 써보고 좋은 작품 많이 봐야

그런 감각들은 길러진다고 봅니다. 

저도 멀었습니다.

 

끝에 첨부한 이 글씨는

수업자료 준비하다가

제가 좋아서 쓴 글입니다.

 

광속으로

달려 본 들

세월을 잡을 수

있을까요?

어느덧 다시 토요일인데요

이천하고도 이십이년

유월의 어느 더운날

권영교 쓰다' 라고

적었습니다.

 

개인전을 준비한다고 글씨를 쌓아가고 있는데,

녹녹치 않습니다. 전시장과 표구와 액자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차근 차근 모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개인전은 허투루 하고 싶지가 들어서입니다만

 

반면 그런 생각도 듭니다.

글씨 잘쓰게 되면 사람들에게

써서 선물도 하고 그렇게 

글보시 하려고 생각하면,

그런 날은 안온다고

제가 늘 말했듯이, 조금 부족해도

일단 하다 보면 그 길은 넓어지고

또 더 잘하게 된다.

전시도 그냥 작은 곳에서라도

소소하게 하기 시작해야할까요?

 

답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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