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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이 종이에 닿다.
설렘으로 인한 홍조.
가로세로 엮인
종이 벌판에
이전에 나무였던 그의
생애를 듣는다.
우유처럼 뽀얀 대지를
모골 송연한 감동으로
바라본다.
때에 이르러
한 발짝
그리고 또
한발짝
걷는다.
스스슥
다른 것끼리의 마찰음과
거기서 스쳐 생긴 생채기로
확 하고 번지는
검은 먹물
선은 어디와 어디를 잇고
거기와 거기를 맺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더듬어 나선다.
사전에선 이를
'쓴다' '쓰다'라고
일컫는다.
다만 좀 더
긴밀하고도
생경하고도
두렵고도
설레고도
말이란 말과
단어란 단어와
통장의 한자리 잔고를
다 긁어
모은 듯한 것보다
내겐
장엄한 일이다
모처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야간에
글자공부를 합니다
오늘은 마음속 글씨들을
펼쳐내어 책갈피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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