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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까 살아있는겁니다. 캘리그라피작가

by 먹튀캘리 202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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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님의 시 

아는 것들

한 장의 봉투엔

한 명의 수신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얇은 공기의 이편에서

내 호흡이 멈춘 순간

더 얇은 공기 너머 네가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백만 분의 일 초만큼 빛이 깜빡일 때

수천만 개의 메시지들이

공중에서 오고 가다가

하나도 하나와 부딪치지 않고

고속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늘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흰 배를~ 중략

내보이는

어린 새의 깃털 한 개

그것이 떨어지는 순간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

너는 너의 얼굴을 갖기 위해

아주 수많은 표정을 버렸다는 것

오늘 내린 눈송이가

이곳이 아니라 그곳만을

차갑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문장에 느낌이

오면 그 글을 씁니다.

제일 좋은 것은

외우고 있는 글을

쓰는것이 제일 좋습니다.

한호흡으로 안보고

계속 써 내려 가기때문에,

자연스럽답니다.

 

이 시는

'한 장의 봉투엔

한 명의 수신자가

있다'.

바로 이 문장이 좋아서

쓰고 있습니다.

오래된 종이는

넉넉하게

먹을 받아 줍니다.

쓰고 있는 행위가,

산다.

살다. 와 같습니다.

쓰고 있기에

또 

살아있습니다.

2021.7.18 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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