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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작품

고이접어서 나빌레라 '승무' 캘리그라피

by 먹튀캘리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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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시인의 

승무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기교 없이, 천천히

머무르듯, 가듯

그렇게 써 봤습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붓끝 최대한 살려서 천천히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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